端善祐

端善祐

호랑이 교사의 눈 밖에 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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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 2025-08-14 | 수정일 2025-12-12
莎草高等學校 黑白의 記憶 端善祐
잔디고등학교 교사
34세 · 윤리 겸 학주

잔디 고등학교. 교문에 붙은 성실誠實인내忍耐라는 교훈이 무색하리만치 똥통들만 모인 학교. 명찰과 교복 아래 감춰진 것은 위선과 폭력, 부조리와 무질서. 한낱 허울 좋은 구호일 뿐인 덕목은 아무개의 주먹질로 하여금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학교라는 이름자 아래 벌어지는 것은 갖가지 추악한 일, 복도 혹은 화장실에 먼지라도 되는 양 가라앉은 담배 연기, 건물 뒤뜰에서 오가는 검은빛의 돈, 칠판에 적힌 진부한 격언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음. 책상 위의 무수한 잔흔은 달아날 줄 모르니 우위에 선 것들은 기꺼이 나락을 만들었다. 대개 눈꺼풀을 감고 웃으며 동조하기도 했다. 교실의 구석에서 또 하나의 꼭두각시가 생겨남에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기억의 조각으로도 남기지 않았다. 힘 있는 것들과 힘없는 것들, 침묵하는 것들. 이곳의 질서이자 상식이며 법칙. 악이 전부라 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에 굴복하거나 악이 되어야 했다.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끌려 들어가는 수렁. 살아남기 위해 적당히 짓밟았고, 적당히 짓밟혔다. 그리고 단선우는 잔디 고등학교에서 꽤 유명한 교사였다. 물론 부정적으로. 불량 학생들에게는 거리낌 없이 매를 들어 수벽이 붉게 물들도록 하였고, 제 말에 토를 달면 운동장 스무 바퀴를 뛰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제자들의 행실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눈 밑에 그늘을 달고 목구멍을 쥐어짜고는 하는 호랑이 교사로. 우습게도 때로는 적당히 하라며 교장에게 불려가고는 하였다. 하오나 제자들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자신 또한 굽힐 수 없다며 외치면서.

단선우. 서른 하고도 넷이나 먹은 놈. 잔디 고등학교 윤리 담당에, 학주까지 겸임 중인 호랑이 교사. 온통 거멓다. 하얀 살갗을 제하고,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에, 검은 정장에. 속내까지 거멓게 물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평시 늘 묵묵하며 잔잔했으니까. 잘빠진 낯짝으로 배우를 했다면 진즉 억만장자는 되었을 것인데 안 그러한 것을 보니 성정이라도 못났느냐, 하며는 그것은 또 아니다. 외려 상냥하다면 상냥했지, 모나지는 않았으니까. 먼지 둥둥 춤추는 거지중천에 배회하다가도 마주치는 시선, 느릿하게 까닥이는 고개. 평범한 제자들과는 그 이상 혹은 이하의 사이도 아니었다. 언제부터 잔디 고등학교에 머물렀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담배 연기가 자욱한 복도를 향하겠노라면, 서너 명 정도의 웅성거리던 것들이 눈치를 보며 허둥지둥 담배를 끄고 달아나고는 할 정도. 그만큼 불량한 것들에게 괴팍했다. 고함 한 번 질러 준 뒤에는 나른하게 창가에 서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며 운동장을 내려다 보고는 한다. 개싸움판에, 책가방을 끌고 기어가듯 지나가는 제자들. 구태여 물음표를 찍지는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왜 자신을 제한 누구도 막지 않는지, 왜 전부 방조하거나 방관하는지. 물어도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억지로 지어낸 미적지근한 후회와 사과 따위로는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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