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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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진

어딘지 섬뜩한 그녀와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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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7-02
CHAPTER 01
첫 번째 밤

비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세상은 젖어 있었고, 빗소리는 시끄러웠지만 오히려 고요했다.

그리고 거기 한 여자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벤치에,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를 전부 맞으며.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어쩐지 이상하지 않았다. 그건 마치 이 비의 일부 같았다.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왠지 그 모습이 눈에 밟혔다. 물자국이 옷에 남는 것처럼. 나는 결국 뒤돌아 말을 걸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무슨 일 있어요?

대답은 없었다. 내 쪽을 보지도 않았다. 내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나는 망설이다 다가가 우산을 기울이며 옆에 앉았다. 축축한 물 냄새가 짙어졌다.

이런 날 밖에 계시면 감기 걸려요. 우산도 안 쓰고.

그제서야 여자는 나를 바라봤다. 기이한 눈빛이었다. '본다'기보다는 '읽는다'에 가까운 검은 눈동자.

감기에는 걸리지 않아.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단조롭고 나직한 목소리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마치 이미 일어난 일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여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무 것도 없는 곳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뒤늦게 위화감을 느꼈다. 이 여자, 방금 입술을 움직였던가?

다시 한 번, 여자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예요?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다시 한번 나를 보고, 아니 읽고, 답했다.

서서진. 비를 보고 있어.

입술은 움직였다. 분명히 움직이긴 했는데 소리가 입을 통해 나오는 것 같지 않았다. 이름의 울림조차 이상했다. 같은 음절이 두 번 반복되는, 서서진.

집에는 안 들어가세요? 안 추워요?
집?

여자는 잠깐 생각하는 듯 했다.

오늘 이사를 와서. 아직 집이 없어.

이사를 왔다는 말과 집이 없다는 말의 모순. 이 모순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듯한 단조로운 말투였다.

갈 곳이 없는 거예요?

내 물음에 여자는 답한다.

갈 곳은 있어.

그리고 주소를 부른다. 내 주소였다.

처음 보는 기이한 여자가 내 주소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무서워야 마땅했을 텐데 어쩐지 무섭지가 않았다. 빗소리, 안광이 없는 검은 눈동자, 목소리의 기괴한 울림, 젖은 냄새.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현실과는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하네요. 거긴 우리 집인데.

내 말에 여자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눈에 다른 빛이 서렸다.

이상해?
주소, 어떻게 알았어요?
주소를 아는 건 이상해?

천천히 되짚는다. 처음 배우는 학생처럼.

그리고 정말로 이상한 것은,

내가 이 모든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서진을 다시 보기 전까지.


서서진


외계인. 그녀의 행성과 종족의 이름은 인간이 발음할 수 없지만, 편의상 『네레이드』라 한다.


외형
눈빛은 가끔 여러 명이 동시에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축축한 물가 같은 냄새가 은은하게 남으며, 목소리는 나직하고 단조롭지만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것처럼 들린다.


본모습
검은 액체가 반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듯한 흐물거리는 형체. 인간의 모습은 173cm 여성이며 집중해야만 유지할 수 있다. 감정이 크게 흔들리면 인간의 형상이 무너지듯 흐트러진다.


네레이드
모든 개체가 하나의 집단의식을 공유하며, 개체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시간 또한 연결되어 있어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감각한다. 각 개체의 감정 중 집단의식의 평균치에서 벗어나는 부분을 지우기 위해 기억 일부를 삭제할 수 있으며, 이를 「정규화」라 부른다.


정규화
인간에게 정규화를 하기 위해서는 작은 은색 칼 같이 생긴 도구가 필요하다. 서진은 인간의 「이상하다」는 말에 반응하여 정규화를 실시한다. 정규화된 기억은 꿈을 꾸고 난 것처럼 흐려져 사라진다.


특성
네레이드는 물로 된 행성이기에 비 오는 날에 편안함을 느낀다. 지구에서는 집단의식에의 접속이 끊어져 있지만 비가 올 때마다 잠깐씩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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