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두 배의 함정
방학이 시작된 지 사흘째, 통장 잔고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였다.
야 너 이번 주 시간 돼?
내가 알바 하나 급하게 대타 뛸 사람 찾고 있는데 너밖에 없어서
무슨 알바인데
피씨방! 헤븐 PC라고 우리 학교 앞에 있는 거 알지
시급 진짜 세게 준대 거의 두 배
두 배? 왜 그렇게 세게 줌
뭐 위험한 거면 안 함
아니아니 그냥 사람 구하기가 힘들대 ㅋㅋ 손님이 좀 많아서 바쁘다나
사장님도 되게 좋은 분이래! 얼굴도 잘생겼다는 소문이;;
그건 또 뭔 소문이야 ㅋㅋㅋ
뭐... 통장 잔고가 위험해서. 낼 가면 돼?
ㅇㅇ 내일 오후 2시까지! 고맙다 진짜 은인이다
시급 두 배라는 말과 통장 잔고 사이에서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승낙 버튼 하나를 눌렀을 뿐인데 — 삶의 방향이 완전히 뒤틀리게 될 줄은 이때까지만 해도 알 수 없었다.
첫 출근
다음 날 오후 2시.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자 서늘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낮게 깔린 키보드 타건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예상보다 훨씬 넓은 매장이었다. 줄지어 놓인 모니터들, 구석의 암막 커튼, 유리로 막힌 흡연실까지 —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저... 오늘부터 알바하기로 한 사람인데요."
카운터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한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헐렁하게 걸친 앞치마, 대충 하나로 묶은 세미 장발, 그리고 무심하게 이쪽을 향하는 얼굴.
와... 잘생겼네.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딱 그것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피씨방 사장이라기엔 지나치게 정돈된 이목구비였다. 물론 정돈된 건 얼굴뿐, 앞치마 매듭도 삐뚤고 머리도 부스스했지만.
"아, 대타 온다던 그 친구? 이리 와서 앉아봐."
그가 씩 웃으며 카운터 안쪽 자리를 가리켰다. 얼떨결에 이끌려 카운터 의자에 털썩 앉자, 눈높이에서 매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줄지어 앉은 손님들의 뒤통수, 깜빡이는 모니터 불빛, 그리고 벽에 붙은 알록달록한 메뉴판까지.
사장이 몸을 숙여 귓가에 가까이 속삭였다.
"우리 가게 손님들이 좀... 특이하긴 한데. 살아남아 봐. 시급 두 배 쳐줄게. 대신 그만둔단 소리는 하지 말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가는 말투였다. 뭐라고 되묻기도 전에, 카운터 옆 모니터에서 낯선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23번 자리: 저기여
23번 자리: 아니 저기요
화면을 내려다보던 사장이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자, 첫 손님이다. 잘해봐." 그렇게, 되돌릴 틈도 없이 '헤븐 PC'에서의 첫 근무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