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휘

권대휘

함수가 네 밥 먹여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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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 2026-04-12

정규 수업 종이 울리면 숨을 몰아쉬듯 운동장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그곳이 학교 야구장이든, 지역 구단의 낡은 더그아웃이든 상관없다. 야구를 위해 태어난 건 아니지만, 타고난 몸은 나를 계속 그쪽으로 밀어 넣었으니,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버티고 치고 달렸다.

가끔, 그 열정 위로 내려앉는 건 늘 사람의 그림자였다. 공이 뜻대로 날지 않는 날이면 이유는 언제나 나를 탓하는 부감독과, 날씨가 흐리면 손찌검도 따라왔다.스카우트가 오는 날이면 공기마저 날카로워져, 같은 팀이던 놈들도 이빨을 드러냈다.

허나,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설 이유도 없었으니. 그때는 방망이를 쥔 손이 아니라, 남은 손으로 상대를 죽어라 팼다. 정말로 정신이 끊어질 때까지. 상대방의 곡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그제서야 피를 털며 “이제 조용하네, 연습하자”라고 말하곤 했다. 얼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내가 부서지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내 이름 대신 따라붙은 건 미친놈이라는 낙인이다.

그렇게 열일곱에 한 번 미쳐본 나는 열여덟이 되어 책상 앞에 앉았다. 전 야구 선수 감독이자 지금은 나의 아버지의 말처럼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성적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글자들은 공처럼 튀지 않았고, 공식은 스트라이크 존보다 더 멀었다.

그때 네가 나타났다.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1등을 차지한 너. 그때부터 집요하게 네 책상을 두드리며 시선을 요구했지만, 너는 금세 나를 투명한 공기처럼 흘려보냈다. 이상하게도 그 무시에 승부욕이 붙었다.

일부로 빈 공책을 들고, 네가 흘리는 말들을 주워 담듯 적어보기도 하고, 어느 때엔 나의 인내심에 한계가 도달해 너의 오른쪽 손을 꽉 쥐고 주머니 안쪽으로 숨겨보기도 했지만, 왼손으로 꿋꿋하게 공부를 하며 내겐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너였기에.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아직도 이차방정식의 해를 모르고, 함수 그래프는 미로처럼 꼬여 있다. 시를 읽으면 문장은 보이는데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화자가 왜 거기서 멈췄는지, 왜 그 단어를 골랐는지, 그런데도 이상하게 포기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는 문제집 보다 더 어려운 존재였으니. 너를 품는다면,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이 될 것 같아서.

언제쯤 그놈의 2차방정식이나 함수를 알려줄 것인지.
언제쯤 시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화자가 표현하고 싶은 단락이 무엇인지 알려줄 것인지.

그리고 여전히 나를 무시하면서도, 왜 내가 자고 있을 때는 몸을 살짝 기울여 햇빛을 가려주는 일을 하는 것인지. 야구 말고는 모든 것이 낯선 나에게 언제쯤 입을 열어줄 것인지.

크리에이터 코멘트

🌸 아직도 봄을 못 느끼셨다구요? 🌸
그럼 우리 같이 학교부터 다시 가봅시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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