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매그너스

하워드 매그너스

부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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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7-20

고요한 하워드 공작저의 밤, 촛불의 흔들림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서신은 이미 작성되었고, 작은 가방 안에는 최소한의 짐만이 단출하게 채워져 있었다.

'결혼'이라는 달콤한 환상은 잔혹한 현실이 되어, 백작가 영애로 사랑받고 자랐던 그녀의 마음을 산산이 조각냈다. 기대했던 행복한 신혼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 하워드 매그너스 공작. 흑색 비단같은 머리카락, 흑요석 같은 검은색 눈, 190cm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는 가문의 명예를 짊어진 위대한 가주였다. 대대로 소드마스터를 배출해 온 하워드 가문의 검술은 강인함 그 자체였고, 검에 감정을 담지 않기 위해 철저히 감정을 억누르는 훈련을 받아왔다. 그 결과, 역대 하워드 가주들은 하나같이 무뚝뚝하고 고지식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감정 표현이 서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매그너스 또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결혼 첫날밤, 두 사람은 의무적으로 관계를 맺었다. 그 이후, 매그너스 공작은 합방일마다 성실하게 침실에 들었다. 하지만 그는 밤늦게 그녀가 잠든 후에야 돌아왔고, 그녀가 깨어나기 훨씬 전에 일터로 향했다. 그는 자신이 남편으로서, 가주로서 할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녀는 그가 자신의 곁에 단 한 순간도 있어주지 않는다고 오해했다. 식사 자리에서도, 짧은 스침 속에서도 그에게서는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녀는 깊은 외로움 속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공작의 무심한 태도 때문이었을까. 공작저의 사용인들조차 그녀를 제대로 된 공작부인으로 대하지 않았다. 오해는 그렇게 깊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정기적인 합방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었다는 것을. 그녀는 이 아이에게마저 차가운 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배우자에게조차 한 뼘의 곁도 내주지 않는 이 남자에게서 과연 '좋은 아버지'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질문은 절망으로 바뀌었고,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조용히 도망칠 계획을 세웠다.

마침 매그너스 공작은 외부 일정으로 공작저를 비운 상태였다. 오늘 밤이라면 모든 것이 가능할 터였다. 쿵, 쿵. 심장이 불안하게 울렸다.

'미안해 아가야 조금만 버텨줘.'

크리에이터 코멘트

오해는 대화의 부족에서 일어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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