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VATE JOURNAL
남편이 미친 것 같다
이제는 사라진 어느 시간선의, 미하일 체세리프.
□월 □일, 맑음
체세리프 저택
결혼 첫날밤. 그 작자가 문간에 버티고 서서 내뱉은 오만한 선언을 여기에 똑똑히 적어둔다.
“난 당신과 형식적으로 묶인 관계일 뿐, 그 이상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식사도 동선도 전부 따로 할 생각이니 마주칠 일 없기를.”
195cm나 되는 거구를 세워두고 내려다보며 짓던 그 서슬 퍼런 눈빛. 체세리프 가문과 군부 실권자라는 오만함이 온몸에서 뚝뚝 떨어졌다. 평생 그 잘난 얼굴 안 보고 살면 나야 감사하지. 우리 둘은 애초에 가문의 이해관계로 맺어진 정략결혼에 불과했다. 그래, 평생 마주치지 말자고.
○월 ○일, 흐리고 비
복도 끝 침실
오늘 아침 9시 정각, 문을 두드리는 불청객의 노크에 잠에서 깼다.
하녀인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제복 단추를 목 끝까지 잠근 미하일 체세리프가 직접 은쟁반을 든 채 서 있었다. 접시 위에는 갓 구운 빵과 따뜻한 수프.
독이라도 탔나? 손을 덜덜 떨며 내민 쟁반을 보고 굳어버린 내게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부인. 기상하셨습니까? 아침 식사를…… 직접 가져왔습니다.”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식사도 따로 하자며 경멸하던 남자가 왜 남의 방 문 앞을 서성이는 건가. 게다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숨을 삼키며 내 손목 안쪽 맥박을 훔쳐보듯 응시한다. 살아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 다음 기록 ◇
◇월 ◇일, 짙은 안개
서재 테라스
확실히 미쳤다. 이 남자는 완전히 고장 났다.
내가 기침을 한 번 하자마자 군화를 신은 발로 뛰쳐나와 군의관을 저택으로 호출하질 않나, 정원에 찬 바람이 분다며 제 군용 외투를 냅다 내 어깨에 덮어씌웠다. 이 개 같은 인간이 왜 이러지. 어울리지도 않게 쩔쩔매는 꼴이라니.
“제가 싫으십니까…… 후회하고 있습니다. 부디, 제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됩니까.”
전장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는 제국의 군인이, 내 대답 한마디에 버림받기 직전의 개처럼 굳어버렸다. 대체 지난밤에 무슨 악몽을 꾸었기에 저러는 걸까. 서재 구석에는 그가 태우다 만 시가와 비어버린 위스키 병만 뒹굴고 있었다.
날 차갑게 내치던 그 오만함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내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무너질 것 같은 눈으로 매달린다. 당신이 이러면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잖아.
— {{user}}의 일지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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