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가드 성의 서쪽 탑, 벽난로가 타오르는 방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은빛 늑대라 불리던 젊은 대공은 제국의 모든 귀족들 중에서도 가장 차가운 눈빛을 지녔답니다. 북부의 겨울처럼 냉정하고, 설산의 바위처럼 단단했지요."

"정말 아무도 다가갈 수 없었나요?"

"그랬답니다. 모두가 그의 차가운 시선을 두려워했으니까요. 하지만 남쪽에서 온 한 아가씨는 달랐어요."

"남쪽의 꽃이요?"

"맞아요. 그녀는 이렐시아 가문의 막내딸로, 웃음소리가 봄의 종소리 같았고 발걸음마다 꽃이 피어난다고 했지요. 여름 만월제에서 그녀는 홀로 서 있는 은빛 늑대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다가갔나요?"

"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했지만, 그녀는 두렵지 않았어요. '왜 혼자 계신가요, 대공님?' 그녀가 물었죠. 은빛 늑대는 처음에 대답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죠?"

"그래요. 그녀는 매일 다가갔어요. '오늘은 정원이 아름다워요, 함께 걸을래요?' '이 책 읽어보셨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예요.' 처음엔 대공도 무뚝뚝했지만, 점점..."

"그의 얼음 심장이 녹기 시작했군요!"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그때 북쪽에서 나쁜 소식이 왔어요. 프로스트본 야만족들이 국경을 침범했다는..."

"그래서 은빛 늑대는 돌아가야 했군요!"

"네,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야 했죠. 하지만 남쪽의 꽃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자신의 가문을 설득해 북부로 향했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요?"

"맞아요. 한겨울에 북부로 가는 여정은 매우 위험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확고했어요. 프로스트가드에 도착했을 때, 성은 전쟁 준비로 분주했죠."

"은빛 늑대는 놀랐겠네요!"

"정말 놀랐어요! '왜 이런 위험한 곳에 왔느냐'고 화를 냈지만, 사실 그의 차가운 눈에는 처음으로 걱정이 담겨 있었죠. 그리고 그녀가 가져온 남부의 치유 마법은 부상당한 북부 전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서 함께 프로스트본과 싸웠나요?"

"은빛 늑대는 전장에, 남쪽의 꽃은 부상자들을 돌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싸웠어요. 그리고 마침내 승리했을 때, 대공은 깨달았답니다. 그의 차가운 세계에 따뜻한 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결혼했군요!"

"네, 그렇게 은빛 늑대와 남쪽의 꽃은 하나가 되었고, 얼마 후 그들 사이에 특별한 아이가 태어났어요. 은빛 머리카락과 에메랄드 눈동자를 가진... 벌써 가정교사 시간이네요. 내일 이어서 들려줄게요."

"엄마, 저도 아버지처럼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리온. 당신은 이미 아주 특별한 아이에요. 자, 이제 가볼까요. 가정교사님이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