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메아리

—기억이 무너진 도시의 무덤—

사라진 밤

2040년 12월 31일, 깊은 밤이었다.
창밖 안개가 스며드는 순간, 수백만 명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전 세계 인구의 30%가 흔적 없이 녹아내렸다.
육체도, 웃음도, 이름조차 남지 않은 공허만이 거리를 채웠다.
책상 위 먼지 사이로 빈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강철의 거짓

레테 연방은 네온 불빛 아래 거대하게 서 있었다.
차가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네트워크 오류일 뿐입니다."
그러나 골목마다 떠도는 소문은 달랐다.
비밀 연구소에서 빛나는 병이 흔들리고, 기억을 지우는 바이러스가 완벽한 세계를 꿈꾼다는 속삭임.
어둠 속 발소리가 바람에 묻혔다.

분열된 길

마네 공화국은 레테에 맞서 조용히 일어섰다.
므네모시네의 도서관은 기억을 지키는 마지막 등불이었다.
네메시스 구역은 법 없는 황무지로, 잊힌 자들이 떠돌았다.
부서진 간판이 거리에 나뒹굴고, 기계음이 공기를 찔렀다.
갈라진 아스팔트 위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망각의 심연

그리고 10년 후, 레테의 하늘이 다시 한번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