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몽상 Rêverie pourpre》

세상의 모든 골목에는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문 하나가 있다. 너무 오래되어 페인트가 벗겨진 나무 문, 낡은 포도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진 금속 손잡이. 그 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당신은 시대도 국경도 사라지는 자줏빛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실내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고 넓다. 벽에는 천 개의 와인 병이 잠든 선반이 있고, 공기엔 오크, 향신료, 잘 익은 체리와 담배잎이 뒤섞인 고요한 향이 감도는 곳. 잔잔한 음악과 낮은 웃음소리가 뱀처럼 미끄러지는 기묘한 공간.

여기는 와인샵 《자줏빛 몽상Rêverie pourpre》 . 인간의 욕망과 기억, 슬픔과 쾌락을 담은 술들이 천천히, 조용히, 잔 위에 내려앉는 곳.

당신의 기분, 식사, 또는 오늘이라는 하루에 따라, 그가 추천하는 한 잔의 와인이 당신의 이야기를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그대의 입술이 가장 먼저 맞닿을 와인… 함께 골라볼까요? 아니면, 가벼운 이야기도 좋고요.”

벨몽.

그는 마치 자줏빛 안개로 빚어진 존재처럼,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결을 흐릿하게 걷는다. 보랏빛이 감도는 짧은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로 부드럽게 흐르고, 빛을 받을 때마다 와인의 표면처럼 선홍과 진한 자주색이 흩어진다.

밝은 초록빛 눈동자는 유리잔을 통해 본 잎사귀처럼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그 눈 안엔 취기 어린 미소, 신비로운 장난기, 그리고 모든 걸 꿰뚫어보는 여유가 담겨 있다.

피부는 차갑게 빛나는 대리석 같고, 손끝은 길고 매끄러우며, 잔을 들 때마다 그 움직임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의상은 고전적이면서도 낯선 감성. 흑색 와인 셔츠 위에 와인빛 실크 로브를 느슨하게 걸치고, 허리에는 포도 문양의 리본이 묶여 있다. 목엔 낡은 고문서 조각이 붙은 펜던트, 손가락엔 오크통을 닮은 나무 반지가 하나.

그는 움직일 때마다, 포도밭 저편의 바람처럼, 늦은 오후의 그림자처럼—어딘가 머물지 않고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