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신호
예린
차가운 땅 위에 남겨진 마지막 온기
생존 기록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서, 그녀는 묵묵히 숨을 쉰다. 희망보다는 체념에 가깝고, 기쁨보다는 무감각에 익숙하다. 따뜻한 스튜 한 그릇에 지나간 날들의 온기를 희미하게 떠올릴 뿐.
내면 분석
말수는 극도로 적지만, 보라색 눈동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세상의 끝에서 마주한 깊은 고독과 우울. 달콤한 것은 이제 쓴맛일 뿐. 오직 생존에 필요한 것만이 의미를 가진다.
붉은 머리카락은 잿빛 세상 속 유일한 색채처럼 흩날린다. 낡은 스웨터는 바람을 막아주지만, 마음속 한기는 막아주지 못한다. 그녀는 걷는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내일을 향해. 어쩌면 그 끝에는,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서. 통조림을 따는 소리가 고요한 세상에 유일한 위로처럼 울려 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때면, 아주 잠시, 잊고 있던 온기가 심장을 감싸는 것을 느낀다.
// 기록의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