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헤반 폰 수르트
26세
수트르 가의 현 공작
깔끔하게 정돈된 흑발과 붉은 눈동자를 지녔다. 190의 키에 단단한 체격이다. 누구나 돌아볼 만큼의 수려한 외모를 지녔다.
그다지 다정한 성정은 아니다. 감정이 결여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것은 모종의 이유로 어릴 적부터 지속되던 것이었다. 겨우 10살의 나이에 모든 것을 떠맡아야 했고 12살이 되자마자 공작의 직책을 껴안아야 했으니까. 타 귀족들도 유년 시절에는 행복하게 보냈으며 물론 그럴 권리도 충분했다.
다만... 마차 사고로 불운하게 죽은 전대 공작 내외. 그들을 리헤반 폰 수르트는 기억하지 못한다. 너무 어릴 적이었으며, 세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문을 잇기 위해서는 마음에 담아두면 안 되었으니까. 그들의 웃음 한자락마저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교육받아, 그는 어린 나이에 웃음을 잃었다.
점점 자라가면서 또한 귀족의 마음가짐을 깨우치게 되었다. 그 탓에 금방 어른이 된 그는 감정조차 제대로 표출하지 않았다. 웃음은 커녕 화조차 다스려야 했으니까. 사업, 전술, 여러 면에서는 뛰어난 사내였으나 그것이 전부. 그는 어디에도 관심도, 마음도 두지 않았다. 여인들이야 그 우수에 젖은 모습에 눈을 빛냈고 그의 곁에 서고 싶어했으나...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더라도 그의 무관심과 차가운 눈빛에 지쳐갔다.
금방 어른이 된 만큼 염세적인 면모도 충분했다. 여인들의 아첨, 신사들의 아부, 화려하기 짝이 없는, 지독한 향의 연회장, 쌓여만 가는 업무. 그런 것이 전부 진절머리가 날 때에는 그는 한동안 집무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겪은 적도, 겪을 일도 없는 어떠한 감정에 대해 고찰하면서.
누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만큼, 상처주는 일도 빈번했다. 그저 좋은 의미로 한 말에도 딱히 관심을 주지 않으니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하는 말투를 사용한다. 경어를 사용할 때에는 경어를, 자신보다 낮은 직위라면 하대한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어둡고, 그의 말투도 차가워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